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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대 후반의 제12회 변호사시험 후기(2)
    로스쿨생활 2023. 1. 25. 17:06


    4. 셋째날(휴식일)

    말만 휴식일이지 다음날 시험을 치루는 민사법의 엄청난 분량을 소화하기 위해 미친듯이 공부해서 1일 순수 공부량 개인 신기록을 세웠다.
     

    1일 순공부시간 13시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운 기록


    13시간 동안 민법, 민사소송법, 상법 암기장을 1회독했다.
    이게 가능할지 의심스러웠는데 닥치니까 되긴 됐다.
    버릴 건 버리고 중요 쟁점 위주로 빠르게 봤으니 가능했다.



    5. 넷째날(민사법 객관식-기록형 시험)

    첫째날과 두번째날은 하루에 세번의 시험을 봤지만
    넷째날부터는 하루에 두번만 시험을 보면 되니 그래도 부담이 덜했던 것 같다.
    아침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5시반에 끝났으니 4일간의 시험 중 제일 일찍 끝나기도 했고.


    가. 민사법 객관식 시험

    민법과 상법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특히 상법 객관식 시험은 모두들 어려워하는 분야였는데,
    나는 막판에 중점적으로 자세히 보아 자신이 있었음에도 생각보다 쉽게 나와서 약간 손해를 본 느낌이었다.

    민법이 생각보다 어렵게 나와서 생각보다 더 틀렸고,
    민소법과 상법은 상대적으로 쉽게 나온 느낌이었는데 역시 시험이 끝난 후 총평을 보니 다들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민법은 출제자들이 교묘하게 선지를 구성하여 필살의 소거법이 잘 통하지 않는 느낌이었고
    채점결과는 56/70.
    자신없던 민소법이 쉽게 나왔고, 오히려 자신감이 넘쳤던 민법이 어려웠는데 그대로 점수에 반영된 듯하다.

    항상 시험 10분전에 루틴으로 포도당캔디를 먹었었는데,
    민사법 객관식 시험 전에는 이 루틴을 깜빡한 것이 영향을 준 게 아닐까 하는 되지도 않는 핑계를 대본다.
     

    말도 안되는 핑계에는 쌍욕으로 대응해야


    나. 민사법 기록형 시험

    사실 시험 직전에 제일 두려움에 떨었던 과목이 민사법 기록형이었다.
    나름 모의고사나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서 자신은 있었던 과목이었으나, 10월 마지막 모의고사 이후 한번도 문제를 풀어본 적이 없어 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고,
    어렵게 나오면 아예 손도 댈 수 없을 만큼 미친듯이 어렵게 나올 수 있는 과목이었기에.

    역시 그런 불길한 예감은 틀리질 않는다.
     

    그런 예감은 좀 틀렸으면 좋겠다만

     


    문제를 받고서 초반 메모를 하던 중 들었던 생각은
    '아 이거 제대로 쓰려면 답안지 10면으로는 모자를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었다.

    일단 형식적기재사항과 청구취지까지 쓰는데 보통은 2면으로 충분했지만 이번엔 3면까지 넘어갔고,
    첫번째 청구원인을 요건사실에 맞춰 소목차를 잡으면서 쓰다가
    '아 이러다가 시간 내에 못쓰고 망하겠다'라는 느낌이 왔다.

    이후부터는 대목차 외엔 목차 같은 거 다 무시하고 미친듯이 써내려가 답안을 10면까지 채웠다.
    대신 그만큼 쟁점을 치밀하게 살펴보지 못해 출제자가 파놓은 함정은 다 빠진 것 같다.
    다 쓰고나니 피고가 9명이었는데 대체적인 의견은 8명이 답이라는 것 같다.
     

    민기록 보고나서 쏘주가 땡겼다 ㅠㅠ


    그래도 어떻게든 끝까지 완주는 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다.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집중해서 답안을 작성하다보니 세시간이 그렇게 짧은 시간인 줄 몰랐다.


    6. 다섯째날(민사법 사례형 - 선택법사례형 시험)

    대망의 마지막날.
    이 날이 진짜 오기만을 그렇게 고대했는데 막상 닥치니 민사법 사례형 시험의 공포가 함께 다가왔다.

    새벽 4시반에 일어나 5시부터 8시반까지 눈이 빠지게 집중해서 민법, 민소법, 상법 암기장을 빠르게 1회독했다.
    각 과목당 1시간 내외로 암기장을 본 건데 이게 되나 싶었지만 닥치니까 어떻게든 되긴 됐다.


    가. 민사법 사례형 시험

    문제지를 열어보니 여태까지의 출제 경향대로 멈칫했다가는 시간내에 쓰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의 문제가 쏟아졌다.

    문제 자체가 엄청나게 어렵다거나 지나치게 꼬아서 낸 듯한 느낌은 없었기에 보자마자 떠오르는 쟁점을 그대로 답안지 위에 쏟아냈고 민사 사례형 답안을 작성하기에 세시간 반은 역시 길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다.
    덕분에 시간 내에 끝까지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었지만 깊게 생각하지 못해 놓친 쟁점이나 실수는 꽤 있었던 것 같다.
    그냥 채점위원 분들의 넓은 아량을 바랄 뿐.
     

    제발!!



    나. 국제법 사례형 시험

    선택과목은 국제법이었다.
    6월 모의고사 및 8월 모의고사에서 100점을 넘는 원점수를 받아 전략과목으로 삼으려 했지만,
    10월 모의고사에서 절반인 80점에도 못미치는 점수를 받아 좌절하며 전략과목에서 제외시키고서 이후 한번도 보질 않았고, 시험 전날에도 아예 쳐다보질 않았다.

    그러나 국제법은 그래도 되는 과목이다.
    양이 워낙 적기 때문에 그리고 오래되긴 했지만 몇번 본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점심시간 이후 약 두시간 동안 2회독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험문제도 전형적으로 쉽게 나왔다.
    다들 쉽게 풀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고득점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평균 점수는 충분히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10월 모의고사때 좌절했던 기억 때문에 적당히 방어적으로 공부하자는 생각에 당초 판례를 모두 외우려다가 그만두었는데 시험 직전에 보았던 카메룬-나이지리아 경계분쟁 판례가 떠올라서,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빠르게 적었는데 운이 좋았다.
     

    국제법 판례를 쓰면서 요런 생각이 들었음


    다. 소결

    마지막까지 남은 체력을 짜내서 국제법 사례형을 8면 끝까지 꽉 채워 쓰고 나니 지난 3년간 고생했던 기억이 머리 속을 지나갔다.

    대략 10살에서부터 20살 가까이 어린 경쟁자들과 붙어서 이만큼의 성과를 냈다는 것에 그동안 엄격하게 대했던 자신에 대해 조금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좀 편하게 쉬고 싶었다.

    나중에 주변 얘기를 들어보니까
    객관식 104개 정도가 사례 및 기록형 시험을 평균으로 보았을때의 커트라인이라는데
    커트라인보다 약 60점 정도의 여유가 있어 극 안정권이라고 하고
    모의고사에서도 객관식보다는 사례형과 기록형에 강점이 있었으니 자잘한 실수가 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합격점 이상을 받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발표 때까지 편하게 마음을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정말 힘들고 긴 3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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