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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대 후반의 제12회 변호사시험 후기(1)
    로스쿨생활 2023. 1. 25. 15:43

     

    아직 체력이 100% 회복된 상태는 아니나,

    지금 기록해두지 않으면 머리로 몸으로 느꼈던 많은 것을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릴 것 같아 지난 3년간 목표로 삼고 열심히 달려온 12회 변호사시험 후기를 작성해본다.

     

     

     

    표로 보면 별거 아닌거 같지만 직접 경험하면 불지옥!
     
     

    1. 시험일정은 역시 살인적임

     

    5일간(중간의 하루 휴식일을 빼면 4일간)의 시험 일정은 역시 엄청난 부담이었다.

    매일의 시험이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저녁 6~7시에 끝나는 일정.

    중간의 휴식일은 응시생들이 시험보다가 죽을까봐 배치시킨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는데 약간의 과장을 보태더라도 공감이 된다.

     

     

    3년간 개고생했는데 지금 죽는건 너무 억울하다
     

     

    대한민국의 어떤 시험보다도 시험 스케쥴 자체가 너무 살인적인데다 시험이라는 부담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평소의 멘탈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옆에서 보니 2~30대 친구들까지 너무 너무 힘들어 했음에도,

    50을 바라보는 나는 머리를 비우고 아무 생각없이 하루 하루를 지내다보니 힘들긴 했지만 생각보다 죽을 만큼 힘들 정도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는데,

    역시 괴로운 시간은 아무 생각없이 버티는 게 최선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힘들지 않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힘들다.

    다만 죽을 만큼 힘든 건 아니었다는 것.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각성 상태였다는 것이 오히려 모의고사 때보다 집중을 하게 되었고 피로감을 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딱 요 상태로 5일간 지속되었던 것 같음

     

     

     

    2. 첫째날 시험(공법 객관식-사례형-기록형 시험)

     

    7시쯤 아침에 일어나 식당에서 아침밥을 간단히 먹고는

    숙소에서 누워 기출 정지문집을 보는 둥 마는 둥하다가 8시반쯤 여유있게 시험장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후의 날들과는 달리 너무 여유롭게 시험 첫날을 맞이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편한 마음으로 임했다.

     

    첫날이어서 시험장에서 신을 슬리퍼, 방석, 등받침대 등을 잔뜩 싸서 시험장에 가져갔다.

     

    첫째날은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7시에 끝이 났다.

    법전에 포스트잇 사용이 금지된다는 얘기를 들어 그 대신 자를 끼워넣을 용도로 준비했었는데 문제지를 봉인한 라벨을 뜯는데 자를 이용하니 매우 유용했다.

     

    시험지를 받고 나서 5분 남짓한 그 짧은 시간에 자를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한 나의 임기응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이 탓인지 순발력은 모자란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시험 중간에는 문제를 푸느라 정신이 없어 법전에 자를 끼워넣을 여유가 없어 시험기간 내내 라벨을 뜯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모든 문제지는 라벨로 봉인되어 시험이 시작되면 바로 라벨을 뜯어야 하니 반드시 자를 준비할 것을 권한다.

    아! CBT로 시험 방식이 바뀌면 시험지 라벨을 뜯을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 공법 객관식 시험

     

    남들이 어려워하는 공법에 대해 나름 자신이 있었음에도 처음 객관식 문제지를 받고서는 문제가 어려워서 당황했다.

    시험 직전 1.5일 동안 헌법과 행정법 암기장을 2회독 했고, 최신판례집까지 1회독을 했음에도 지문들이 생소했고, 최신판례에서 본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확실하게 정답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공법 객관식 시험 때 딱 이 느낌

     

     

    결국 필살의 소거법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풀어나갔고 결과는 34/40.

     

    나중에 채점해보니 생각보다 점수는 나쁘지 않았으나

    첫번째로 맞닥뜨린 시험이 생각보다 어려워 살짝 자신감을 내려놓았다.

     

     

    나. 공법 사례형 시험

     

    민사재판실무 수강을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3-1학기부터 공법과 상법에 투자했기에 공법은 자신이 있었음에도 객관식에서 살짝 멘탈이 털려 걱정했으나,

    사례형 문제는 익숙한 쟁점들이 나와서 대충 쟁점만 파악한 후 미친듯이 써내려가 8면을 꽉 채웠다.

     

    쟁점에 대해 자세히 고민하거나, 답안 와꾸를 짠다고 생각을 하는 등 어리버리하다가는 분명히 시간이 모자를 것이라는 것을 모의고사 때 충분히 느꼈기 때문에

    틀리더라도 일단 머리에 떠오른 쟁점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이 같은 전략을 통해서 마지막 8면까지 답안지를 꽉 채웠다.

     

    불의타라고 꼽히는 문제였던 '국회의원의 징계에 대한 헌법재판 가능여부'에 대한 문제는 헌법재판소 결정례가 없었지만 모의고사에 기출된 적이 있는 쟁점이어서 통치구조쪽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미리 찍어두었던 것이었기에 풍부하게 논거를 들어 학설을 기재했다.

     

    이번 시험에서 전체적으로 느낀 점은 이제 판례가 없는 쟁점도 출제를 하겠다는 출제위원들의 의지와, 사안을 경우에 따라 나눠 서술하라는 문제까지 출제한다는 점에서 향후 출제경향은 기존과 달라질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 공법 기록형 시험

     

    행정소장 작성 문제가 너무 너무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세번의 모의고사와 기출 문제 풀이를 통해 공법 기록형은 자신있는 전략과목이었는데 그동안의 기출 문제나 모의고사 문제보다 너무 어려웠고, 무슨 쟁점을 써야 할지 분명하게 제시해주지 않아 쟁점 파악 자체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10월 모의고사 이후로 한 번도 실전 문제를 풀지 않아, 감이 떨어졌는지 문제 맨 뒤에 참조조문이 제시된다는 생각도 못하고 열심히 법전에서 국가공무원법을 뒤지다가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다.

     

     
    공법 기록형은 너무 어려워 머리 속이 하얘졌어요

     

    결국 답안을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다가 멘탈이 깨지면서

    시험 1시간이 지나서야 감독관께 답안지를 바꿔달라고 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서 이 시점에서 답안지를 바꿨다가는 진짜 망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바꾸지 않겠다고 하였다.

    이후 작성한 답안에 두줄을 긋고 작은 글씨로 추가 가필을 하는 등 열심히 수정을 하여 어찌어찌 답안을 완성했다.

     

    시험보는 5일의 기간 중 이때가 가장 진땀을 뺐던 순간이었고,

    정신못차리면 떨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절체절명의 시간이었다.

     

     

    라. 소결

     

    공법 객관식에서 살짝 흔들렸던 멘탈을, 사례형에서 어느 정도 회복했으나, 전략과목 중 하나였던 공법 기록형에서 와장창 무너지면서 변호사시험은 또 모의고사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또 점심시간 이후 쉬는 시간에 암기장을 통해 사례형 공부를 하면서 오전 객관식 시험에서 실수하거나 틀린 내용들이 눈에 들어오니 흔들리는 멘탈을 다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살인적인 일정!

    객관식과 사례형 시험을 마쳤음에도 집에 못가고 기록형 시험을 더 봐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피로감 때문에 짜증이 올라왔다.

     

     

    3. 둘째날(형사법 객관식-사례형-기록형 시험)

     

    둘째날도 역시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7시에 시험이 끝났다.

     

    시험 직전에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나서 형소법 암기장을 약 두시간 동안 빠르게 1회독을 했다.

    어차피 형사법은 전날 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평소의 실력으로 어떻게든 비벼보자는 자세로 임했다.

     

     

    가. 형사법 객관식 시험

     

    최신 판례가 많이 나오고 형법총론의 이론 문제가 줄어들었으며, 전체적으로 까다로운 지문도 있었으나 지문 중 답으로 고를 수 있는 지문이 확실하게 보여서 첫째날의 공법 객관식 문제보다는 쉽게 느껴졌다.

     

    초인적인 능력으로 전날 저녁에 형법 암기장을, 시험 당일 아침에 형소법 암기장을, 다시 점심시간 이후에 형법 암기장을 한번 훑었었던 게 도움이 됐다.

     

     
    이거보다는 천천히 느리게 봤습니다

     

    역시 필살의 소거법을 이용해서 결과는 38/40.

    채점 해보고 스스로도 놀랐다.

    시험이 아주 어렵진 않았지만 그래도 완전 쉽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역시 소거법으로 어려운 지문들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 형사법 사례형 시험

     

    전날의 공법 사례형과 마찬가지로 시간 내에 다 쓰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문제가 출제되었기 때문에 문제를 보자마자 바로 써내려가기 시작해서 쉼없이 쓰다보니 두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따라서 자잘한 실수는 어느 정도 감안하고 마지막 문제까지 완주하면서 균형있게 답안을 작성하는데에 의의를 두었기에 8면 끝까지 꽉 채운 답안지가 만족스러웠다.

     

    물론 놓친 쟁점도 있었고, 기계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정신없이 휘갈겼기 때문에 논리적인 흐름이 없는 뒤죽박죽인 답안이었겠지만 중요한 쟁점은 어느 정도 다 쓰고 나왔다는 점에서 그랬다.

     

    다만 지극히 모의고사의 냄새가 났던 '절취에 대한 동의를 양해로 볼 것인지, 승낙으로 볼 것인지'와 '형사 책임을 부인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의 제시'와 같은 문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앞으로의 출제 경향의 변화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문제였고,

     

    형소법은 한 동안 출제를 꺼리던 전문법칙을 잔뜩 내버려서 또다시 앞으로 한 동안 전문법칙을 안 내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 형사법 기록형 시험

     

    모의고사 때 제일 점수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과목이었기에 나름 긴장을 하고 임했는데 생각보다는 어렵게 출제되지 않은 듯하다.

    물론 나중에 점수가 나온다면 첫째날 망친 공기록과 함께 가장 저조한 점수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죄책을 잔뜩 주었던 모의고사 경향과 달리 기존 변시 기출대로 죄책을 적게 주고서 풍부하게 서술하라는 방식으로 출제되었는데,

    역시 의식의 흐름대로 깊은 생각이 없이 미친듯이 써내려가 마지막 죄책까지 완주를 하긴 했지만 사례형 답안과는 달리 역시 작성한 답안에 아쉬움이 남고,

    당초 목표였던 8면까지 가지 못하고 7면을 채우는데 그쳤다.

     

    열심히 써서 완주는 했지만 초반 변론요지서에 너무 시간을 많이 써서 검토의견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답안이었던 것 같고,

    약간 결론을 쓰기에 애매했던 죄책들에 대해서도 잠깐 고민하다가 나름의 결론으로 끝까지 밀어붙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결론은 맞았을 수 있겠으나 역시 결론 도출의 과정에 있어 말도 안되는 논리를 갖다붙인 실수였던 것 같다.

     

    어차피 형사 기록형은 기본만 하자는 생각이었기에 아쉬움은 남으나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라. 소결

     

    첫째날 공법이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높았기에 상대적으로 형사법은 쉽게 출제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객관식과 사례형 시험을 치룬 이후 기록형 시험에 대한 피로감은 이틀째여서였는지 그냥 아무 생각없어서였는지 무뎌진 느낌이었다.

     

    둘째날까지 끝나고 나니 시험 일정의 반이 지났고, 세과목 중 두과목이 끝났다는 홀가분함과 함께 이제부터 민사법이라는 괴물과의 본 게임 시작이라는 걱정이 교차하는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민사법은 맹수보다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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