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에서의 국제법은 양이 매우 적고 문제가 쉽게 출제되기 때문에 변별력이 크게 없어 선택법을 전략과목으로 하여 고득점을 노린다면 선택해서는 안될 과목이나, 타 과목에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공부해서 과락을 넘겨 평균 점수만 받을 생각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하는 과목이다.
출제위원들 사이에서 협의된 국제법의 시험범위는 모든 조문을 합쳐도 130여개 정도이며, 그 중에서도 실제 출제 가능한 조문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90여개 정도이다. 90여개 조문의 내용만 '이해'한 후(암기가 아닌 '이해'임) 실전에서는 이를 적당히 법전을 통해 베껴쓰고 조문에 맞춰 포섭하면 그럭저럭 평균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그리고 국제법은 과락은 주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통설이다.
로스쿨 3학년이 되면 공법, 형사법, 민사법 등 7과목의 객관식, 사례형, 기록형을 모두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변호사시험을 대비하기에는 항상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선택법은 부담이 적은 과목으로 적당히 방어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상당수의 변호사시험 준비생들은 선택법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하지 못하며 막판에는 상당수가 과락을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양이 적고 쉬우며 과락이 없는 국제법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타 과목을 학습하는 데 도움이 되고 변호사시험 대비로도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나는 2학년때 학교에서 국제법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으나 사실 수업을 거의 들은 적이 없다. 다만 기말고사 시험 대비로 국제법 일부를 한번 훑은 적이 있을 뿐이다.
그정도로도 3학년 6월, 8월 변호사시험 모의고사에서 시험 전날과 당일 가볍게 한번 정도 훑고 국제법에서 고득점이라 할 수 있는 100점이 넘는 점수를 받았다. 다만 여기에 고무되어 국제법을 고득점을 노리는 전략과목으로 삼으려다가 10월 모의고사에서 만점인 160점의 절반인 80점에도 못미치는 점수를 받고서 좌절하여 국제법을 전략과목으로 삼으려는 생각을 가볍게 멀리 날려 버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내 답안은 6월, 8월 모의고사 답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10월 모의고사 채점위원이 점수를 이상하리만큼 야박하게 준 것이라 생각한다.
이후 변호사시험 전날까지 국제법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변호사시험 마지막 날 민사법 사례형 시험이 끝난 후 쉬는 시간인 두시간 동안 스스로 정리한 국제법 조문을 2회독한 후 시험에 임하였다. 양이 워낙 적고 암기할 사항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실제 12회 변호사시험에서도 문제는 역시 쉽게 출제되어, 법전으로 조문을 베끼고 적당히 포섭하여 답안을 8면까지 꽉 채워서 썼다. 큰 틀에서 쟁점을 놓치지 않았기에 웬만큼은 썼다고 생각하지만 과목의 특성상 고득점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평균점인 80점 이상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전략과목으로 삼으려는 생각을 버렸기에 조문에 대한 학습 외에 판례는 따로 암기하지 않았는데 운이 좋게 시험 직전에 본 판례가 생각이 나 답안에 반영하여 썼다. 그러나 판례를 기재하지 않더라도 사안의 포섭만 풍부하게 한다면 평균점 정도를 맞는데에는 크게 지장이 없을 것이다.
내가 주로 공부한 국제법 교재는 로스쿨 국제법 사례연습(7인공저) 한 권과 자체적으로 출력하여 정리한 조문집(조약법, 국가책임법, GATT)이었다.
이 책은 사실상 변호사시험 대비용으로는 유일한 교수 집필 수험서이다. 따라서 이 책 이상 공부할 필요가 없다. 전체 분량은 약 400페이지가 넘지만 문제와 해설을 제외한 이론편은 1/4도 되지 않으며, 그마저도 페이지 당 글자가 얼마 되지 않을 정도로 양이 적다.
이 책으로 기본적인 조문의 내용을 이해한 후, 중요 사항을 인터넷에서 출력한 조문집에 가필하여 정리했다. 모의고사 당일 쉬는 시간과 변호사시험 당일 쉬는 시간에는 정리된 조문집만 보았는데 양이 적기 때문에 쉬는 시간인 두시간에 2회독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심심하거나 다른 과목의 공부가 잘 안될 때 위 교재에 나온 연습문제와 기출문제를 틈틈이 보았을 뿐이며, 열심히 답안 내용을 암기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국제법은 그 정도 투자로도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교재에 실어둔 연습문제와 기출문제 외에 모의고사 문제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위 교재의 단점은 변호사시험 기출문제의 해설이 답안 형식이 아닌 쟁점 소개 정도로 간단히 언급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점인데, 교재의 연습문제 정도만 한두번 읽으면 기출문제는 스스로 충분히 풀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처럼 부담이 적은 국제법을 선택하여 선택법에 대한 시간 투자를 최소화하고, 아낀 시간을 7법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인 변호사시험 대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변호사시험 선택법으로 국제법을 강력 추천한다.